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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캐/프로필

최 연

Abocado Amica


"우리, 숨은 쉬고 살아야죠"

해파리가 주로 떠 있는 곳

최 연

논바이너리
28/168cm
피팅모델/단기알바

얇은 검정색의 머리카락이 얼굴 위를 멋대로 스친다. 짧게 자른 지 얼마 안 된 것 같았던 머리카락은 자라서 애매한 길이로 자리하고 있었다. 곧 잘라야지 생각하면서도 나름 나쁘지 않다고 생각되어 며칠을 미뤘다. 여름인데도 제법 시원한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대충 같이 뒤로 넘기는 앞머리에 컬을 넣는 것은 귀찮은 일이 아니었다. 툭 치면 쓰러질 것 같은 몸에 옷도 늘상 흐늘거리는 옷만 입었다. 살짝 크기가 큰 와이셔트나, 와이드 팬츠에 샌들… 수수하게 하고 다닌다는 말을 자주 들어서인지 정말 그러헤 보이기도 했다. 이야기를 잘 나누다가도 종종 눈을 가늘게 뜨고 상대의 입을 응시하는데 그럴 때면 꼭 죄송한데, 뭐라고 하셨죠. 라는 질문을 했다. 답변을 다시 듣고서야 아- 하고는 다시 눈을 바로 뜨고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나른하게 흘러가는 구름같은 사람. 초조하지도 않으면서 손목에 찬 베이지 색의 시계를 힐긋 쳐다본다. 시간이 슬 자정을 향해가자. 가방을 주섬주섬 챙겨서 일어난다. 제가, 내일도 일이 있어서요. 다음에 또 뵐게요. 형식적인 인사와 다를 것 없는 웃음으로 자리를 피한다. 원치 않는 회식자리에서 입에 넣은 것이라고는 고기 몇 점과 물 두잔 정도가 끝이었다. 집 근처 가게에서 면으로 배를 채우고 짐도 몇 없는 제 원룸으로 들어섰다. 가방과 겉옷을 걸어두고 맨바닥에 그대로 누워 천장을 바라본다. 물이 흐르도록 두는 게 왜 그렇게 버거운지 알 수가 없었다. 딱히 거스르려 하는 것도 아닌데 해파리마냥 수면 위에서 가볍게 유영하는 일도 허락하지 않는가. 일단은 떠있으려고 노력이라도 해야지. 별 것 아닌 일에 신경쓰지 않았고 타인을 배려한다는 명목으로 가볍게 대했다. 나 자신도 챙기기 바쁜… 잘은 모르겠지만 적당히 이어가는 관계가 나으니까. 웃음은 어렵지 않고 헤프게 나눌 수 있는 것이니.

모델 일을 하게 된 지는 꽤 오래 되었다. 5년은 됐나. 새로 오픈한 온라인 몰에서 구직하는 걸 보고 이거라도 해볼까 싶어 넣어봤는데 덜컥 붙어버려 아예 길을 틀었다. 시급은 생각보다 좋았고 어느새 시간은 흘러 5년이 지났다. 가끔씩 부족한 돈은 단기 알바로 떼워가면서 자리잡은 쇼핑몰과 인지도가 생긴 덕에 다른 몰에서도 일을 할 수 있었다. 나쁘지 않은 날들이다. 여전히 그럭저럭인 하루들.

 

好: 아메리카노, 저녁/밤, 맵고 짠 음식, 간편한 것, 부드러운 것

不好: 빡빡한 일정, 시끄러운 곳, 복잡한 것, 뾰족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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